“다시 들리다니 너무 신기” 평양의대 의사들도 놀라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
 
“내가 올해 칠십인데, 90년부터 소리가 잘 안들렸뎄어. 보청기도 써보고 온갖 좋다는 약은 다 써봤어. 죽을 때가 다 돼서야 다시 소리가 들리누만.”

지난 14일 북한 평양의학대학병원 내 외사과. 평양교외에 살고 있는 리세영(70)씨는 말을 잘 잊지 못했다. 17년 만에 다시 찾은 소리가 마냥 신기한 듯 했다.

태어날 때부터 말을 듣지 못한 홍성국(18)군은 생애 처음 소리라는 것을 접하고 어리둥절해 했다. 아버지가 이비인후과 의사 출신에, 현재 모 병원의 원장이지만 보청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소리를 모르는 아들보다 아버지가 훨씬 더 감격스러워했다.

남한에서 경제적으로 힘든 청각장애인들에게 최신 독일의 보청기를 협찬을 받아 보청기를 나누어주는 소리나눔 운동을 전개해온 아름다운에프엔(대표 유경훈)이 이번에는 평양의 청각장애인 50명에게 소리를 나누어줬다. 이번 북한지역의 행사는 북측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와 아름다운에프엔, 아리랑공동체(이사장 박봉식)가 공동으로 주관해 진행했으며, 나우코퍼레이션(공동대표 최종오)의 후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통일준비네트워크는 민경련 측과 일정을 조율해줬다. 평양의대 이비인후과 교수 및 관계자들은 눈을 초롱초롱 뜨고 남한 관계자들로부터 최신 디지털 장비 사용법을 배웠다. 청신경이 조금이라도 살아있으면 고막이 없어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디지털보청기 이식과정을 지켜보면서 놀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평양의대 병원 류환수 부원장은 “이번에 남측에서 너무나 귀중한 선물을 줬다”면서도 “농아가 있는 가정에서 이 소문을 듣고 우리 병원을 찾아올 텐데 앞으로가 걱정”이라며 지속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지자체 및 사회복지기관등의 협력을 받아 남한 전역에서 소리나눔운동을 펼쳐온 아름다운에프엔은 지난해 11월13일 충북 제천시를 시작으로 전국 12개 시군에서 21차례에 걸쳐 행사를 진행해 500여명의 청각장애인들에게 시가 200만원 상당의 디지털 보청기를 나눠 주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7-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