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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11-07 10:14

혜린, 임실 할머니 그리고 기관총 사수 아저씨

글쓴이 : 관리자

1) 혜린, 임실 할머니 그리고 기관총 사수 아저씨(08.6.14.토)

다시 본 혜린이의 해맑은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첫 만남은 아주 조심스러웠습니다.

인공와우 수술을 통해 청력을 회복한 오른 쪽 귀는 문제가 없는데 다른 한 쪽 귀에 대한 부모님의 걱정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무작정 혜린이를 데리고 오라고 부탁 드렸습니다.

‘당구풍월’이라고 지난 1년여 동안 캠페인을 진행해 오면서 많은 분들이 소리를 찾는 모습을 보면서 혜린도 그럴 것이라는 자신감이 더 큰 실망으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캠페인을 함께 진행해 주고 계신 소리누리 담당자 분들께 무언의 압력(?)을 계속 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청력검사를 통한 디지털 보청기의 체험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혜린이를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혜린아! 이 세상을 네 해맑은 웃음처럼 바꾸어 가렴.” 속으로 얼마나 많이 중얼거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2) “할머니! 어디에서 오셨어요? 집이 어디세요?”

아무리 물어도 할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하지 않으십니다.

옆에 있는 따님의 모습이 불안하기 짝이 없어 보입니다.

아마 어머니의 청력이 더 악화되신 것 같아 걱정이 이만 저만한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귀가 안 좋으면 함께 말하는 것도 급격히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말을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또 몇 마디 들은 것 같아도 실수가 무서워 말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지요.

“할머니 들리시면 말씀을 하셔야 합니다.

잘 들리실 텐데 왜 말씀을 하지 않으세요?”

피팅을 하고 있는 담당자 분들도 조금 답답한 모양입니다.

그제서야 할머니가 다 들어가는 목소리로 “겁나게 멀어…..” 하십니다.

“겁나게 먼데가 어딘데요?”

“전북 임실이여.”

그제서야 옆에 있는 따님도 우리도 모두 웃을 수 있었습니다.

겁나게 먼 임실이 오늘처럼 가깝게 정겹게 느껴진 적이 없습니다.

3) “아저씨 혹시 군에서 사격을 많이 하셨나요?”

혜린이를 통한 자신감 때문일까 다시 한 번 전문가 흉내 내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리누리의 나 이사님 따라하기가 시작된 것이지요.

“군에서 사격을 많이 하셔서 귀가 나빠지셨을 것 같은데요.”

아저씨의 답변이 필자의 잘난 척을 부채질합니다.

“내가 군에 있을 때 기관총 사수였습니다.

엄청나게 (총을) 쏘아 댔으니 그런데 이제껏 그 것 때문에 귀가 나빠졌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해 보았습니다.

집 사람하고 귀 때문에 매일 싸웁니다.” 옆에 계신 부인이 거듭니다.

“나는 이야기 했다고 계속 이야기 하는데 본인은 못 들었다고 계속 우기니 원…….”

아마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군에서 큰 포성이나 총성을 많이 들으신 분들이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일입니다.

시력 측정은 그래도 주기적으로 하는데 청력검사는 통 받아 보질 않으니 생기는 일이지요.

이제 기관총 사수 아저씨 부부는 평화(?)를 회복 하셨습니다.

다른 사수 아저씨들도 속히 부부간의 평화를 회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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