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서에 있는 명화종합복지관에서 연락이 왔다. 담당 선생님의 너무나 미안해 하는 목소리가 아주 작게 들렸다. “선생님 원래 여덟 분의 어르신과 함께 하려고 했는데요, 다른 분들은 모두 이비인후과에서 처방전을 발급받는 과정에서 보청기를 하고 돌아오셔서 한 분의 어르신만 행사에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인원이 작아져서 행사를 해도 될 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죄송합니다.”
“백 분이든 한 분이든 당연히 해야지요.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겉으로는 씩씩하게 말했지만 막상 마음은 많이 상해있었다. 그래도 끝까지 행사에 참여해 주신 이갑희 할머니(84세)가 감사할 따름이다.
캠페인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의 처방전이 필요한데 아마 의사 선생님께서 다른 보청기를 어르신들께 소개해 주신 모양이다. 누가 했든지 좋은 소리를 찾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소식을 듣고 젊은 분이 한 분 찾아오셨다. 굉장히 스마트 해 보이시는 분인데 외국인 회사에 근무하신다고 한다. 외국인들과 많은 일들을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 누구 못지 않게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얼마 전에 큰 실수를 했다고 한다. 옛날부터 영어의 특정한 발음의 경우에 소리가 들리지를 않아 이제까지는 영어로 대화하면서 잘 들리지 않은 발음은 그 발음이려니 하는 추측을 통해 대화해 오곤 했는데 그 날 따라 예상했던 발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큰 실수도 하게되고.
복지관에 온다는 소식을 듣고 청력검사를 한 번 해봤으면 하였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본인의 청력을 자발적으로 검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청각에 대한 우리의 관심도는 취약하다.
기쁜 마음으로 청력측정을 해드렸다. 이제까지 그 분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다. 영어 영역대의 특정 주파수에서 양쪽 귀 모두 100데시벨 이하로 뚝 떨어지는 결과가 나왔다. 조금 충격을 받으셨지만 속은 후련해진 모양이다. 원인을 발견했으니. 양쪽 귀에 보청기를 맞추어 착용하고 홀가분하게 나가시는 발걸음이 가벼워 보였다.
이러한 상황들이 현재 우리사회가 청력에 대한 무관심으로 인해 발생되는 모습이 아닌 가 싶다.
소리나눔캠페인을 이제까지 청각장애우들만의 행사로 생각했던 캠페인 진행자들의 생각에 큰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는 청각장애우 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청력의 중요성과 인식의 전환을 위한 계몽활동을 함께 전개해 나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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