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한 분과 아주머니 한 분이 손을 잡고 행사장으로 들어오신다. 보기에도 다정한 모녀지간처럼 보인다. 할머니께서는 수화를 배우신 것 같지는 않은데도 농아 아주머니와 가장 대화가 잘 통하시는 것 같다.
“할머니께서 보호자시지요? 이리 오셔서 함께 앉으세요. 청력상태도 확인하시구요.”
할머니께서 주저 주저 하신다.
“괜찮습니다. 어서 이리 오세요.” 주저 주저 하시는 것을 억지로 강권하여 농아 아주머니 옆에 앉혔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보호자가 아니에요. 옆에서 몇 십년간 지켜보면서 내 가슴이 맨날 갑갑하더라구요. 저는 이웃집에 사는 사람인에 말 못하는 이를 보면서 늘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며칠 전에 시에서 보청기를 함께 나누는 행사를 한다는 소리를 언뜻 들었지요. 그래서 내가 시에 신청도 하고 병원도 데리고 가서 처방전도 떼어오고 했다오. 어째 이 처자가 소리를 들을 수 있겠수?”
이웃에 이런 분이 계시니 농아 아주머니는 비록 소리는 들리지 않으셨어도 늘 마음에 기쁨이 있었으리라. 세상에 이런 분들도 계시구나 생각하니 마음 한쪽으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용솟음쳐 오르는 것을 느낀다.
농아 아주머니가 보청기를 착용하고 소리를 찾게 되자 정작 본인보다 이웃집 할머니가 더 즐거워 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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