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이 쪽으로 앉으세요 할머니 어느 쪽 귀가 잘 들리세요. 잘 들리시는 쪽으로 보청기를 해드릴게요.” 아우디폰 김승태 이사가 머리가 하얀 할머니에게 묻는다. 안경을 양 쪽 눈에 착용해야 하듯이 보청기도 양 쪽 귀에 착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현실적은 어려움으로 정부에서도 한 쪽 귀에 대해서만 지원 가능하다. 그러니 마음은 안타깝지만 두 개의 귀중에 소리가 잘 들리는 쪽으로 보청기를 해드릴 수 밖에 없다.
할머니께서 뜻밖의 대답을 하신다.
“내가 아니고 저 아이야. 내 아들 소리 좀 듣게 해 줄 수 있을까 해서 데리고 왔어. 해 줄거야?”
할머니께서 말씀 하시며 대기석에 않아 있는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에게 오라고 손짓을 하신다.
“내가 저 아이 때문에 평생을 마음 아파하며 살아왔어. 또 경제적으로 능력이 되어야 보청기라도 해 주었을 텐데 돈이 없으니 그러지도 못하고 마음속으로만 가슴을 치며 살아 왔다고…”
말씀하시는 할머니의 눈에는 벌써 눈물이 가득 고여 있다. 할머니가 보청기를 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평생 농아로 살아온 아들을 위해 할머니가 찾아 온 것이다. 평생 마음의 한으로 살아온 어머니의 사랑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혹시라도 만에 하나 아드님이 청신경이 아주 퇴화되어 소리를 못듣게 되면 어떨까 시작부터 긴장감이 돈다. 아우디폰의 최고의 기술인력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청력측정에 들어갔다.
“소리 들리세요? 어느 쪽에서 들리세요?” 청력측정을 하는 담당자의 목소리도 여느 때 보다 한 톤은 올라간 듯 하다.
잠시 후 눈을 똥그랗게 뜨고 귀기울이던 아들의 표정이 180도 바뀐다. 이런 반응이면 100% 성공이다. 본격적인 청력 측정을 마치고 보청기를 휘팅한 후 착용해 드렸다. 마침내 노할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아들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에는 자식에 대한 사랑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이 주루룩 주루룩 흘러 내린다.
우리들이 소리를 찾아 드린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한 없는 사랑이 아들에게 소리를 찾아 준 것이다.
“이비인후과가 있었으면 더 많은 청각장애우들과 소리를 나눌 수 있었을텐데 참 아쉬움이 많네요. 영월도 그렇지만 앞으로 남아있는 정선이나 평창, 고성 등 대부분의 지역들에 이비인후과가 없어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신청을 포기하셨어요.”
캠페인을 준비하신 영월군 사회복지담당의 아쉬운 말씀을 뒤로 한채 다음 행선지인 평창으로 향했다.
제도와 현실 사이의 큰 궤리가 모두의 마음 한 구석을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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