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캠페인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제천은 이제 고향같다. 아니 소리나눔캠페인이 시작된 곳이니 고양이 맞는 것 같다. 이제까지 제천에서 캠페인을 독점적(?)으로 준비해 오신 제천시사회복지협의회 곽경숙 국장님의 손을 벗어나서 제천시농아인협회와 행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천시농아인협회를 위해 헌신하고 계신 수화통역사분들도 참 곱다. 늘 좋은 일만 하시니 얼굴에 그늘이 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겠지.
행사를 모두 마치고 짐을 꾸리려고 하는데, 수화통역사 선생님 한 분의 모습이 보인다. 정신 없이 캠페인에 열중하다 보니 미처 몰랐었는데 정작 선생님 본인이 농아분이라고 하신다.
“선생님은 다른 농아분들께는 캠페인도 알리고 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도록 애쓰셨으면서 어째서 본인은 신청하지 않으셨어요?” 따지듯이 물었다.
손을 절래절래 흔든다. 본인은 안 된다는 표시다. 너무 많이 알아도 탈이라고 했던가? 아주 어릴 때 소리를 잃어버린 이후 한 번도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도 보청기의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 지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것이 우리 캠페인의 큰 목적이기도 하니. 듣기를 포기하신 분들께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해 보는 것.
우리 뿐만 아니라 제천시농아인협회 모든 선생님들이 설득하고 설득해서 청력측정에 들어갔다. 과연 선생님이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당연히 소리를 찾으실 수 있었다. 물론 디지털 보청기를 개발한 인류 과학발전의 쾌거이기도 했으나 무엇보다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사람들의 간절한 염원이 있기에..
밝게 웃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청각장애우 여러분 포기하지 마세요. 끝까지 노력하면 길이 있으리라는 믿음을 놓지 마세요.”
제천시의회 의장님께서 맛있는 점심을 대접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금강산이 있는 북고성 지역 주민들에게 소리를 나누어 줄 수 없으시냐고 슬쩍 제안을 드렸다.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그런데 의장님께서 아주 흔쾌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해 주셨다.
북한의 평약지역을 넘어 모든 지역의 청각장애동포를 위한 걸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리라 생각한다면 너무 앞서나가는 것일까? 평약지역 이외의 지역에도 문호를 열어준 북측의 캠페인 담당자들의 큰 결심도 참 고맙다.
제천시는 북한의 금강산에 사과단지를 조성해 주고 결연을 맺고 있다. 이러한 인연을 다리로 새로운 교류의 장이 열리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북한의 모든 지역과 우리의 모든 자치단체가 결연을 맺고 함께 소리나눔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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