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이 말이에요. 지금 보건의로 내려와 있어요. 우리 아들이 비싼 것으로 사준다고 했는데 말이지요. 좋은 행사를 한다기에 혹시나 하고 와 봤어요. 좋은 일 한다고 하니까 어디 한 번 해보고 그저 그러면 아들한테 말해서 좋은 보청기로 할 거니까 그렇게 아시고……”
정작 오늘 행사의 주인공인 할아버지는 가만히 계시는데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캠페인을 시작하자 마자 아들 자랑이 대단하시다. 어려우신 여건을 이겨내고 아드님을 의대에 보내셨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우실까?
게다가 아마 청각장애가 있으신 어르신들과 보청기를 함께 나눈다고 하니까 혹시 값싼 보청기를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셨던 모양이다.
하긴 이렇게 의심하시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늘 어느 곳에 가서든지 보청기 가격은 얼마나 하는 것이냐, 보청기 제조 회사는 믿을 만한 곳이냐, 어디냐 등 등 늘상 듣는 질문이나까.
그런 질문에 대한 답은 언제나 비슷하다.
“저 그러시면 꼭 지원을 받지 않으셔도 되는데요 일단 청력측정을 하고 보청기를 한 번 착용해 보세요. 맘에 들지 않으시면 꼭 해야 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보청기를 팔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여느 어르신들과 마찬가지로 속는 셈 치고 보청기를 착용해 보시고는 금세 태도가 바뀌신다.
“마누라 잘 들리는데. 이 보청기는 차고 가도 아들 놈이 잔소리 하지 않을 것 같은데.” 소리를 듣고 있는 할아버지 보다 정작 할머니가 더 놀라신다.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도대체 대답을 하지 않아 매일 싸우신다고 한다. 싸우실 일은 아닌 것 같다. 소리가 들려야 대답을 하실텐데. 하지만 가족들 조차 청각장애 상태라는 것에 대해 인정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해 한다면 싸울 일도 없는 일인데.
혹시 소리를 크게 해서 불러도 대답이 없으시면 화를 먼저 내지 마시고 청력검사를 먼저 해 보시면 가족이 화목해 질 수 있지 않을까?
소리나눔캠페인의 목적은 소리를 함께 나눔에도 있지만 정작 청각장애나 난청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의 변화에도 그 목적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청력을 제대로 검진 받아 보시는 분이 몇 분이나 계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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